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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서 시작해 하늘까지: 라즈베리파이 피코 · 젯슨 오린 나노 · 라디오존데, 그리고 데이터 과학 수업 이야기

작성 2026.10.04 · 홍창민

울산여자고등학교에서 정보 교과를 가르치며 진행해온 수업 연구와 프로젝트를 정리합니다.
피지컬 컴퓨팅에서 엣지 AI 컴퓨터 비전, 직선거리 330km를 날아간 라디오존데,
그리고 2022 개정 교육과정 「데이터 과학」 수업까지 — 모두 "이거 왜 그래요?" 라는
학생의 질문 하나에서 출발했습니다.


들어가며: 저의 공통된 탐구 질문, "Why?"

저는 울산여자고등학교 정보 교사 홍창민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정보과 중학교
교과서를 집필했고, 교육부 AIEDAP(인공지능융합교육) 마스터 교사, 대한민국 정보교육상,
정보 수업 개선 지원단, EBS 정보영역 강사 등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관심 분야를 한 줄로
요약하면 Solutions Architect와 AI + X입니다.

제 수업과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질문은 늘 똑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 SW와 AI로 어떻게 해결할까? → 짝과 함께 해볼 수 있을까?
→ 해결 방법을 넘어 실제로 도전해볼 수 있을까?"

학생들이 처음엔 "재미없어요", "외우면 되나요?", "왜 배우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던 정보 수업이, "직접 해보고 싶어요", "수업에서 아무도 안 자요" 로 바뀌는
과정 — 그 중심에 아래 프로젝트들이 있었습니다.


1. 라즈베리파이 피코로 하는 인공지능 피지컬 컴퓨팅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융합하면 뭘 만들 수 있어요?"

이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인공지능 피지컬 컴퓨팅 수업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정보(정규수업) 피지컬 컴퓨팅 단원에서 8시간 분량의 프로젝트로 운영했고, 학생들이
실제로 만든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왜 피코인가

라즈베리파이 피코(RP2040)는 수업용 마이크로컨트롤러로 장점이 분명합니다.

토양 수분 × 식물 생장 — 데이터가 붙는 순간

피지컬 컴퓨팅이 데이터 과학과 만나는 대표 사례가 "우리 학교의 토양은 얼마나
메말라 있을까?"
프로젝트(1학년 정보, 4시간)입니다.

# 라즈베리파이 피코 + MicroPython: 토양 수분 센서로 자동 급수 판단
from machine import Pin, ADC
import time

soil = ADC(26)          # 토양 수분 센서 (ADC0)
pump = Pin(15, Pin.OUT) # 급수 펌프 릴레이

while True:
    moisture = soil.read_u16()     # 0(건조) ~ 65535(습함)
    print("토양 수분:", moisture)
    if moisture < 25000:           # 임계값 이하 = 건조
        pump.value(1)              # 급수
    else:
        pump.value(0)
    time.sleep(2)

이 단순한 코드 하나로 ADC 변환, 임계값(threshold) 분류, 반복·조건 제어를 모두
다룰 수 있고, 측정값을 로그로 쌓으면 그대로 데이터 분석의 재료가 됩니다.

수업 팁: 학생이 처음 만나는 벽은 문법이 아니라 배선과 오타입니다.
초반에는 완성된 코드를 실행만 시켜 성공 경험을 먼저 주고, LED → 버튼 →
센서 → 제어 순으로 난이도를 계단식으로 올립니다.


2. 엔비디아 젯슨 오린 나노로 하는 엣지 AI · 컴퓨터 비전

"자율주행 로봇은 왜 이렇게 비싸요?"

이 질문이 자율주행 로봇 프로젝트(1~2학년 방과후, 150시간 이상)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라즈베리파이와 NVIDIA Jetson을 활용한 파이썬 프로그래밍
  2. 라이다·카메라를 활용한 주변 인식 (컴퓨터 비전)
  3. 강력한 DC 모터와 배터리를 활용한 주행
  4. 무선 충전 스테이션 자동 충전
  5. 실시간 상태 알림(배터리·경로)

클라우드가 아니라 디바이스 위에서 직접 추론이 돌아가는 엣지 AI를, 학생이
직접 움직이는 로봇으로 체험합니다. Jetson Orin Nano는 이 수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핵심 장비입니다. 카메라 입력을 받아 실시간 객체 인식을 보여줄 수
있어, "AI가 지금 내 앞의 사물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합니다.

YOLO 기반 객체 인식

YOLO(You Only Look Once) 계열 모델은 교육용으로 매우 좋습니다. 단일 신경망이
한 번의 추론으로 바운딩 박스 + 클래스 + 신뢰도를 동시에 출력하기 때문에,
"탐지(detection)"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 젯슨 오린 나노 + Ultralytics YOLO: 웹캠 실시간 객체 인식
from ultralytics import YOLO
import cv2

model = YOLO("yolov8n.pt")      # 가벼운 nano 모델 (엣지 디바이스용)
cap = cv2.VideoCapture(0)       #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

while True:
    ok, frame = cap.read()
    if not ok:
        break
    results = model(frame)                 # 추론
    cv2.imshow("Jetson YOLO", results[0].plot())
    if cv2.waitKey(1) == ord("q"):
        break

cap.release()
cv2.destroyoutputWindows()

수업에서 던지는 질문

컴퓨터 비전 수업의 핵심은 모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읽어내는 힘" 입니다.


3. 라디오존데 프로젝트 — 질문으로 시작한 무모했던 도전

"진짜 성층권은 어떻게 생겼어요?"

"선생님, 진짜 성층권은 어떻게 생겼어요? 실제로 기온 역전 현상이 일어나나요?
그걸 우리가 관찰할 방법은 없나요? 되든 안 되든 우리 힘으로 해결해보고 싶어요."
— 1학년 A양, 수업 중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 캠프(2025. 10. 20. ~ 11. 21.) 에서, 통합과학/지구과학의
대기권 학습을 정보 수업과 융합해 라디오존데를 직접 만들어 띄웠습니다. 탐구
질문은 이랬습니다.

  1. 지구 성층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2. 대기 온·습도 / 오존 농도 / 산소 농도 / GPS / 대기압 / 고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3. 초장거리 통신으로 실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을까?
  4. 이 데이터로 라디오존데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거나 특성을 분류할 수 있을까?
  5. 데이터가 많다면 기상을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시스템 구성

구분 구성
메인 컴퓨터 라즈베리파이4 8GB (라즈비안) + 라즈베리파이 피코
센서 5MP 카메라, 산소 센서, 오존 센서(MQ131), GPS, 기울기 센서(ADXL345), 고도·기압·가속도(BMP280), 온습도 센서, ADC 모듈
통신 920MHz~ 초장거리 통신 (최대 50km), 지상 13dBi / 존데 3dBi 안테나
비행체 800g 고무풍선 + 헬륨(47L 중 약 23L 주입) + 낙하산

소요 시간은 1달, 150시간 이상. 낙하 실험, 보온·방수 대책까지 학생들이 직접
설계했습니다. 심지어 통신으로 주고받는 데이터 프레임 포맷도 학생들이 설계했고,
수신 데이터는 자동으로 컴퓨터에 저장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하늘로 보냈습니다

울산여고–전주공고(편도 3시간 30분)에서 발사해, 존데 1·2호기를 떠나보냈습니다.
5초마다 주고받은 실제 데이터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TEXT][DATA][2025-11-21][22:39:20][울산여고][코드긱스][1st]
[ADXL345: X=-137 Y=19 Z=-241]
[O2=18.633%]
[BMP280: T=-16.09°C P=508.64hPa Alt=5523.54m]
[GPS: LAT=35.8628998 LON=127.2384198 ALT=None]
[MQ131_O3=1.03ppm]

고도 약 5,500m에서 기온 -16℃, 기압 508hPa — 교과서로만 배우던 대기권을 학생이
직접 띄운 센서의 숫자로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 라디오존데 수신 로그 전처리 (pandas)
import pandas as pd

df = pd.read_csv("sonde_log.csv")   # time, altitude, temp, pressure, o2, o3, lat, lon

print(df.shape)
print(df.describe())
print(df.isnull().sum())            # 통신 끊김 = 결측치 (GPS ALT=None 등)

#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센서 튐(이상치) 제거
df = df[(df["temp"] > -100) & (df["temp"] < 60)]

# 고도-기온 관계 시각화 → 기온 역전 지점 찾기
df.plot(x="temp", y="altitude", kind="line", title="고도에 따른 기온 변화")

결과: 실패, 그러나

"질문으로 시작한 무모했던 우리의 도전은 직선거리 330km를 날아 동해상에
2개의 라디오존데가 추락
했고, 영상·사진 데이터 회수에는 실패했습니다.
포항 인근 기지국에서 마지막으로 위치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회수에는 실패했지만, 학생들은 센서 설계·통신 프로토콜·데이터 프레임·전처리·
시각화
까지 데이터 과학의 전 과정을 실제 세계에서 완주했습니다. 데이터 시각화
결과는 학교 사이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데이터 시각화 페이지)

"내 라디오존데야 잘 있니?" — 실패조차 가장 생생한 데이터 과학 수업이 됩니다.

함께 간 물로켓 프로젝트

같은 캠프에서 물로켓도 다뤘습니다. 탄두에 고도·기압·압력·GPS·기울기 센서를
넣고 자동 발사하며, 압력과 발사 각도로 착륙 지점을 예측하는 회귀 문제로
연결했습니다. "종이비행기 궤적을 회귀로 예측해봐요!"라는 학생 제안(물리 + AI
특성화 활동)과 같은 흐름입니다.


4. 데이터 과학 수업 — 코드 없이 시작해 파이썬까지

위 프로젝트들의 이론적 토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데이터 과학」 수업입니다.
2026 부산 정보교사 직무연수 1일차 설계를 공유합니다.

설계 철학: 인지 부담은 낮게, 사고는 깊게

교육과정은 "학습자의 인지적 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도구를 선정"할 것을 명시합니다.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질문 만들기 → Orange3(코드 없이 모델까지) → Python/Colab(아는 것을 적는 법) → 전처리

핵심은 순서입니다. Orange3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몸으로 익힌 뒤 파이썬으로
넘어가면, 코드는 새 개념이 아니라 "아는 것을 적는 방법" 이 되어 학생 부담이
절반으로 줍니다.

데이터 과학이란 무엇인가

데이터 과학 = 수학·통계 + 컴퓨터과학 + 도메인 지식이 겹치는 자리.
셋 중 하나만 빠지면 데이터 과학이 아닙니다(통계만 = 계산, 코드만 = 프로그래밍,
도메인만 = 감(感)).

실무 시간의 70~80%는 모델링이 아니라 ①질문 정의와 ③전처리에 쓰입니다.
"모델 만드는 게 제일 어렵겠지"라는 착각을 첫 시간에 깨뜨립니다.

좋은 질문의 조건

조건 나쁜 예 좋은 예
측정 가능한가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받는가? 주당 자습 시간과 수면 시간은 관계가 있는가?
범위가 좁은가 어떻게 성적을 올릴까? 수학 성적과 출결 일수는 관계가 있는가?
비교 대상이 있는가 우리 학교 급식은 어떤가? 요일별 잔반량 차이가 있는가?
데이터가 존재하는가 10년 뒤 취업률은? 최근 3년 졸업생 진학 계열 분포는?

막힐 때 던지는 마법의 문장: "그걸 알려면 무엇을 재야 할까?"

Orange3 — 코드 없이 모델까지

포켓몬 800마리 데이터(13열)로 수업합니다. 이 데이터를 고른 이유:

File → Select Columns → [Tree / kNN / Logistic Regression] → Test & Score

"위젯은 공장의 기계, 선은 컨베이어 벨트"라고 설명하면 학생이 한 번에 이해합니다.

반드시 시연하는 "정확도의 함정"

전설 포켓몬은 800마리 중 65마리(8%)뿐이라, "전부 일반"이라고 찍기만 해도 정확도
92%
가 나옵니다. 그래서 정확도(CA)만 보지 않고 AUC·F1·Precision·Recall을 함께
읽습니다. 데이터가 스스로 "정확도만 보면 안 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Python / Colab — 세 줄이면 데이터를 읽는다

import pandas as pd
df = pd.read_csv("https://.../pokemon.csv")
df.head()

데이터를 처음 만나면 하는 5가지:

df.shape           # (행, 열) — 크기부터
df.head(10)        # 값의 생김새
df.info()          # 자료형 · 결측치
df.describe()      # 평균·표준편차·사분위수
df.isnull().sum()  # 열마다 빈칸 개수

전처리 — 빈칸의 의미를 먼저 묻는다

Type 2의 공백 386개는 "조사 실패"가 아니라 "두 번째 타입이 없는 포켓몬" 입니다.
그래서 fillna("없음") 처럼 별도 범주로 채우는 것이 가장 정직한 처리입니다.
이상치도 "버릴 것"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한 것" — 전설 포켓몬은 IQR 기준으로는
이상치지만, 우리의 분석 목표가 바로 그 이상치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5. 언론 보도 · 외부 활동 기록

제 수업과 프로젝트는 여러 언론과 기관을 통해서도 소개되었습니다. 아래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록들입니다.

2023 대한민국 정보교육상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

2020년부터 인공지능교육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매년 학생 대상 아이디어톤·해커톤을
열며 문제 발견·해결 중심의 정보 수업 혁신에 힘쓴 공로로 정보교육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대한민국 정보교육상'
을 받았습니다.

구글 Gemini 교실 활용 사례 (구글코리아, 2024.08)

구글코리아의 교육용 생성형 AI 사례 발표에서, 제미나이 API를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에
활용
해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을 지원한 사례로 소개되었습니다.

AI 기반 익수자 탐지시스템 — 울산시설공단 관학협력 (2025.11)

"수영장에서 익사·낙상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울산여고
3학년 학생 3명(고은정·정재희·김나현)과 함께 울산시설공단과 공동으로 AI 영상분석
기반 익수자·낙상 감지 시스템
을 개발했습니다. 학생들이 데이터 수집·모델 학습·
기술 개선·현장 적용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고, 문수실내수영장에 시범 설치되어
운영
중입니다.

그 밖의 활동

2023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울산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했고,
2026년 3월부터는 학성고등학교에서 정보 교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6. 모든 프로젝트를 꿰는 하나의 사다리

세 프로젝트와 데이터 과학 수업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입니다.

[피코·피지컬 컴퓨팅]   입력-처리-출력, 임계값 분류, 센서 로깅   → 피지컬 컴퓨팅 기초
        │
        ▼
[데이터 과학 수업]     수집·전처리·모델·평가·해석                → 데이터 문해력
        │
        ▼
[젯슨·YOLO·자율주행]   실시간 추론, 엣지 AI, 라이다·비전          → 딥러닝의 응용
        │
        ▼
[라디오존데·물로켓]    센서+통신+수집+전처리+예측의 종합          → 실제 세계의 데이터 과학

관통하는 질문은 늘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 SW·AI로 어떻게 해결할까 → 함께 → 실제로 도전!"
그리고 데이터 과학 수업의 마지막 질문: "이 분석이 누구에게 불리할 수 있는가?"
기술 수업은 기술 과목이 아니라 디지털 민주시민 교육이기도 합니다.


7. 유튜브 채널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 모든 수업 사례와 프로젝트를 영상으로도 기록해 왔습니다.
홍쌤의 인포클래스 — @hongs_infoclass

▶ 홍쌤의 인포클래스 채널 바로가기

2년 전까지 꾸준히 올렸던 채널인데, 그동안 라디오존데·자율주행 로봇·데이터 과학
캠프 등 쌓인 이야기가 많아진 만큼 다시 영상을 올리려 합니다.

앞으로 올라올 콘텐츠(예정):


마치며

좋은 기술 교육은 최신 모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가는 끈기를
길러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1854년 존 스노가 지도 한 장으로 콜레라의 원인을
밝혔듯, 거창한 알고리즘보다 "질문 → 데이터 → 시각화 → 결정 → 확인" 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반복하는 힘이 더 중요합니다.

교실의 라즈베리파이 피코 한 대, 젯슨 위에서 돌아가는 YOLO, 동해상으로 날아간
라디오존데 — 이 모든 것이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디지털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데이터로 읽고, 책임 있게 해결하는 힘.

유튜브 채널에서 곧 영상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홍창민 · 울산여자고등학교 정보 교사
유튜브: @hongs_infoclass